WSJ "불량 연료를 사용해 전력 공급 중단"
사고 여파로 미 동부 주요 항만 마비
바이든 미 대통령 “필요한 연방자원 모두 사용”

미국 볼티미어의 대형 교량에 부딪힌 컨테이너선은 사고당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엔진이 멈춰 표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바다위 다리와 충돌한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호의 모습(사진=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바다위 다리와 충돌한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호의 모습(사진=AFP, 연합뉴스)

CNN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 새벽 1시 27분경(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중앙교각과 충돌한 대형 컨테이너 선박 달리호는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엔진이 멈춰 선박을 조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충돌직후 2.6km에 달하는 교량중 강물 위를 지나는 구간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왕복 4차선 교량이 무너지는데 불과 20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289m의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인 '달리'는 볼티모어 항구에서 출항하자마자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선장은 엔진이 멈춰 조종이 불가능해지자 닻을 내리라고 지시하면서 교각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당시 비상 발전기가 가동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선박은 엔진을 다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달리호가 교각 충돌 가능성을 알리며 구조신호를 보낸데 따라 다리 남북단 통제소가 차량 진입을 막을 수 있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웨스 모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신고를 하면서 경고가 나왔다. 그래서 다리로 오는 차를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영웅이다.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당초 메릴랜드주 당국은 차량 여러대가 강으로 추락하고 실종자 규모가 최대 20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리위에서 작업하던 인부 6명만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저녁 이들이 숨졌다고 결론 내리고 대규모 수색 및 구조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6명의 근로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인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달리호의 기내 전력손실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조사관들이 이제 항해 기록장치의 데이터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조사의 중요한 부분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조사가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원인인 전력 공급 중단은 불량 연료를 발전 재료로 썼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달리호가 지난해 6월 칠레에서 한 검사에서 “추진 및 보조 기계”에 결함이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고와의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강 근처에 사는 존 플랜스버그는 BBC에 “사고 순간 집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해가 떠오르자 최소 49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선이 무너진 다리 사이에 끼어 있고 다리의 도로 구조물은 물 속으로 사라진 모습이 드러났다. 경찰과 해안경비대 보트와 헬리콥터가 하늘과 강에서 대규모 수색 및 구조활동을 벌였다.

충돌한 달리호는 볼티모어항을 출항해 스리랑카 콜롬보로 가던 싱가포르 선적으로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선주는 싱가포르 기업인 그레이스오션이며, 덴마크 선박업체 머스크가 용선 계약을 맺고 관리와 운용은 싱가포르의 선원 공급업체 시너지 머린 그룹이 담당해 왔다.

이번 사고로 미국 동부 주요 항만 기능이 마비됐다. 이에따라 세계 물류 차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볼티모어항은 주요 자동차 수출입항이자 미국의 2대 석탄 수출항이다.

현재 대형 선박 10여척이 항구에 발이 묶였고 볼티모어항으로 향하던 선박들은 대체 항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폴 위데펠드 메릴랜드주 교통부 장관은 “볼티모어항의 선박입출항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연방 자원을 사용할 것이다"며 "우리는 항구를 함께 재건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NF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