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선수들의 강한 의지 대승 원동력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태국에 완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26일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지난 21일 안방인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의 3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 국민들을 실망시키며 원정 리스크가 걸린 4차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태국축구협회장 '마담 팡' 누알판 람삼은 "다시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자국 대표팀의 승리에 파격적인 포상금까지 걸어 부담감이 더했다. 

26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손흥민과 이강인이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은 선수 기량 및 경험, 그리고 팀 전력, 피파 랭킹 22위와 101위라는 수준 차이에다 정신력까지 더해 한 수 높은 경기력으로 태국을 잠재우며 3승 1무 승점 10점을 거둬 사실상 조 1위로 3차 지역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맞대결에 필승 키워드로 3차전과 똑같은 4-2-3-1 포메이션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선발 라인업 만큼은 변화를 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규성(26.미트윌란)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으로,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이재성(32.마인츠)을 아우르는 공격라인 4인방이었다. 이들의 파괴력은 태국팀이 대응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만큼 탈 아시아급이었다. 

특히 3차전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골 결정력이 4차전에선 빛을 발했다. 이를 뒷받침한 플레이는 중앙과 측면을 활용하는 다양성 있는 공격과 이강인의 질높은 스루패스였다.

이에 태국 수비가 무너졌고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며 전반 19분 조규성에서 이재성으로 이어지는 선제골 사냥에 이어 후반 9분 손흥민의 추가골과 37분 박진섭(29.전북 현대)의 쐐기골로 압승을 거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잔재를 말끔히 털어냈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태국과의 3차전까지 한국의 최대 취약점은 중원이었다. 따라서 황선홍 감독의 4차전 중원 조합에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3차전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 백승호(27.버밍엄 시티) 카드를 고수, 경기 초반엔 태국에게 잇달아 실점 위기를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박진섭(오른쪽)이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진섭(오른쪽)이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태국은 초반부터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중원부터 압박을 구사하는 전술을 채택해 한국 수비진영을 위협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결국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을 투입하며 공수 안정성을 구축해 한국 축구의 실추된 자존심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분명 태국전의 대승은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의 남다른 필승 의지가 뒷받침 되어 얻은 결과물이다.

그 중 조규성, 이강인은 선발 출전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혹독한 비난을 극복할 만큼 맹활약을 펼쳤고, 손흥민은 캡틴으로서 원팀 구성의 리더 역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월드클래스로서 진면목을 보여주는 단 한 컷트 플레이로 태국을 주저앉혔다. 또한 골키퍼 조현우(33.울산 현대) 역시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이어지는 '선방쇼'로 팀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선홍 감독 또한 조규성, 이강인의 선발 라인업 구성과 후반 박진섭 투입으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사실 박진섭 기용은 한편으로 위험성이 없지 않아 지도자로서 과감한 선택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진섭은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버티고 있는 수비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줬고 김민재와 골까지 합작했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의 '신의 한 수'로 간주되기에 충분했다.

황선홍 감독에게 대표팀 임시감독을 맡긴 것은 도박에 가까웠지만 태국전에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두며 한국 축구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2차 예선 C조 5~6차전 싱가포르 및 중국과의 경기는 6월 6, 11일 개최된다. 이제 축구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과연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가 관심이다. 국내 지도자냐? 외국인 지도자냐? 공은 대한축구협회(KFA)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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